프레카리아트는 이탈리아어로 '불안정한'이라는 의미의 프레카리오(precario)와 무산 계급을 뜻하는 독일어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를 합성한 말로, 저임금·저숙련 노동에 시달리는 불안정 노동 무산계급을 가리키는 신조어입니다.
한국어로는 '불안정 노동자' 정도가 될 것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개념에 각종 특수 고용직 개념을 갖는 의미로 기존의 '노동자'보다 못한 상황에 있는 노동자를 의미합니다. 또한, 최근 AI와 로봇, 플랫폼 경제 발달에 종속되어 단순 반복적 노동을 하게 되는 계급이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기업과 사용자는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동시장에 유연성을 도입하고 노동자를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고용하고, 해고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이와 함께 기술의 발달로 기계화와 자동화가 이루어졌습니다. 이 때문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설계하는 사람들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일자리의 지위가 흔들리게 됩니다. 이들은 기계와 인공지능의 주변부에 머무르며 일회적이고 불안정한, 아직 자동화되지 않은 노동만을 임시적으로 담당하게 되고 이러한 현상은 가속화 됩니다.
숙련된 기술이 많이 필요한 일일수록 인건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기술 개선이나, 기계화와 자동화를 통해 탈숙련화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점차 직업적 자부심과 전문성, 직업 안정성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노동자의 수는 감소하고, 인간의 상당수가 프레카리아트로 전락하게 됩니다.
프레카리아트는 원래 "떠돌아다니는 `도시 유목민`, 온전한 시민이 아닌 거류민(이주 노동자), 장애인 등에 국한되어 적용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IT 기술과 기계적 자동화로 세상이 바뀌는 속도처럼 빠르게 그 범위가 확장되어 지금은 가사 돌봄에 묶여 불안정한 돈벌이까지 하며 이중 노동에 시달리는 여성, 수시로 부서나 근무지를 옮기면서 직무 불안에 시달리는 회사원, 구조조정으로 잘린 샐러리맨, 퇴직 노인, 부채의 덫에 내몰린 청년들까지 광범위하게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불안정한 직업들을 전전하며 불안한 노동 생애를 보내고 있는 프레카리아트는 전세계적으로 수십억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도시 유목민'처럼 자신들이 어디로 가는지, 미래에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 채 살아갑니다.
이들은 대부분 일정한 직업도, 정체성도 없습니다. 때문에 자기 인생의 미래를 주체적으로 설계하지도 못합니다. 프레카리아트는 짧은 시간 동안 일자리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정규 직원들에게 제공되는 사내복지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며, 제도적 한계로 인해 국가가 제공하는 공적연금 복지도 제한적으로만 받을 수 있습니다.
점점 플랫폼화되는 경제 속에서 이들은 미래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이나 희망 없이 단기 노동력이 필요한 곳을 찾아 전전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오로지 자신의 육체노동 소득으로만 삶을 영위할 수밖에 없어 평생 `직업 불안정성` 속에서 압박을 느끼고, 생존 수단 이외로는 일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며, 자기 계발은 사치인 상황에 부닥치게 됩니다.